고양시정연구원장, 고양시 평생학습 웹진 '사부작 사부작' 기고
작성자 | 연구기획팀 | 작성일자 | 2022.0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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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4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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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어릴 때 국어 시간에,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는 문장이 되니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하도 흔한 얘기라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홀트아동복지회라는 사회복지법인 산하에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이 긴 이름을 다 붙여놓았는데, 제대로 띄어 쓰면 “고양시 장애인 종합복지관”이 맞겠지요. 그런데 이것을 “고양시장 애인 종합복지관”이라고 띄어 쓰면 어떻게 될까요?
한글 바로 쓰기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우스갯소리 한마디 했습니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위대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언어를 통해 그냥 “사람”이 아니라 “인간(人間)”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언어가 사람들(人) 사이(間)를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언어가 잘못되면 사람들 사이가 잘 연결되지 않아 사회가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나는 오늘 큰 누나가 너무 웃겨다”. 30여 년 전 초등학교 1학년 조카의 일기장에 쓰인 문장입니다. 이거야 아직 배움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만, 전문적인 연구보고서들에도 주어가 두 개인 문장들이 더러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꿀도 꿀단지가 깨지면 다 새버리듯이, 아무리 훌륭한 사상이나 정책대안도 문장이 틀리면 제대로 전달이 안 됩니다.
“커피 나오십니다”, “좋은 주말 되십시오” - 이 말들은 약간 틀렸습니다.
“커피님 나오십니다”, “좋은 주말님 되십시오”가 맞는 것 아닙니까? 흠흠.
언어는 사람들 사이의 매개체이기 때문에 한 사회의 언어에는 그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혼(魂)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외국어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그 사회의 혼이 혼탁해집니다. 그런데 요즘 가만 보면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관공서나 언론까지도 (잘못된) 외국어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퍼져 있는) “복합커뮤니티센터”, (고양시청 내 조직인) “그린모빌리티팀” - 뭐 하는 곳인지 알쏭달쏭합니다.
(방송 뉴스에서) “A씨가 강도를 당했다.” - 우리나라 성씨 중에 “A씨”가 있었나요?
틀린 말도 문제지만, 어려운 말도 큰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재산 문제를 처리할 때도 있고, 복지혜택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나라의 관련 법조문이나 정책안내 문서들은 난해한 (일본식)한자어나 정체 모를 외국어로 무척 어렵게 쓰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해가 안 돼서 괜히 비싼 돈 주고 변호사한테 가거나 복지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어려운 언어는 재산상의 손해를 초래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복지혜택을 못 받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 말씀의 요지는 바르고 쉬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부터 학창 시절에 국어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한탄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저를 포함해서 매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잘못되었거나 어려운 언어를 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평생” 그렇게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바르고 쉬운 우리말”을 “평생학습”의 주제로 잡으면 어떨까요?
(글) 정원호 l 고양시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