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발전하면서 힐링과 치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요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쟁과 성과 중심의 각박한 피로사회에서 정서불안, 우울,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 고독사, 불특정 다수 살인 등 전례없는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감과 위로, 치유에 관한 요구가 많아진다. 최근 들어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제한받고, 비일상이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피로감이 누적돼 코로나 블루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힐링’ 활용방안의 하나로 ‘관광’이 전략적으로 다뤄지고 그 유용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사람이 적은 지역이나 자연을 찾아 떠나는 방식으로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코로나 시대의 관광 트렌드는 비대면, 건강, 안전, 청정, 힐링, 로컬, 개별화 등의 양상을 보인다. 특히 자신을 계발하는 여행, 취향 맞춤식 여행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등 코로나19 이후 관광의 모습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관광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고양시의 ‘힐링관광’은 어떨까. 기존 지역관광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던 이벤트의 방향성, 특히 고양시의 지역축제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상당수의 축제와 이벤트가 개최되지 못했다. 2020년은 문화관광축제 947건 가운데 취소된 축제가 740여건에 달했으며, 2021년에도 상당수의 축제가 개최되지 못했다. 하지만 유연한 조직을 지닌 몇몇 축제의 경우 빠른 의사결정으로 온라인 비대면 콘텐츠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다.
고양시 ‘지역축제’의 앞날은?
방문객 600명 대상 설문조사 했더니,
‘80% 이상’ 코로나에도 축제 개최해야
방식은 ‘예약제-하이브리드-소규모’ 순
지난해 초 ‘고양시 축제 활성화 방안 및 축제산업 육성 방안 연구’를 수행하면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가 지속될 경우, 고양시 대표축제의 개최 방식’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 600명 중 ‘코로나가 지속되면 축제를 개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은 ‘15% 미만’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축제는 지속돼야 한다’고 답했다. 개최방식으로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 중심의 축제’(35%)가 가장 많았고 ‘하이브리드형 축제’ 24%, ‘소규모 축제’ 14%, ‘온라인 축제’ 11% 순으로 집계됐다.
축제 개최의 필요성으론 ‘지역경제와 축제의 연속성 확보’ ‘방문객의 문화예술 경험’ 등에 높은 인식을 드러냈다. 이처럼 대다수 응답자는 코로나 이전처럼 많은 사람이 현장에서 축제를 즐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축제와 이벤트는 지속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설문결과에서 보듯, 앞으로 축제의 방향성은 ‘참가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라이브 커머스, 메타버스, 온라인 등)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일부 대면으로 개최하는 경우에도 예약제와 안전·방역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속성 있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지난해 고양시의 대표축제인 고양호수예술축제는 개최되지 못했고, 고양행주문화제는 방역이 가능한 실내공연장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다. 축제의 연속성과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 등 측면에서 ‘안전한 축제’가 가능하단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축제 전문인력과 전담 조직의 부재로 코로나 상황에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 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과제를 남겼다. 콘텐츠와 방역이 함께 가는 체계와 조직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힐링관광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고양시가 힐링치유 또는 힐링관광을 하기에 적합한 지역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양시는 힐링관광의 최적지로 3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첫째 지리적 특성이다. 서울과 인접해 ‘가까운 곳으로 언제든지 떠나려’ 하는 최근 여행 트렌드에 적합한 지리적 여건을 갖췄다. 다만, 심리적 접근성 즉 관광지로서 매력 측면에선 아쉬움이 있다. 신도시 개발로 이뤄진 ‘베드타운’이란 이미지가 강하고, 관광지로서 인식과 장소성 등 관광 인식의 저변이 낮기 때문이다. 고양시의 주요 자원을 활용해 관광지로서 장소성을 확장시키고 브랜드화를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둘째 고양시는 힐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역사문화자원, 생태자원 등 수많은 힐링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고양힐링누리길, 장항습지, 행주산성, 대덕생태공원 등 도심에서 잠깐 벗어나 자연경관을 감상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을 갖추고 있다. 단, 방문객이 관광을 즐기기에 충분한 관광시설 또는 관광상품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셋째 치유농업 프로그램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고양시는 치유농업 시범사업을 2020년부터 추진해왔고, 치유농업을 위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립암센터와 함께 치유농업 활성화사업에 착수했다. 이는 과학적 효과를 검증하려는 농림부의 정책동향과 맥을 같이한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이 암환자 또는 치매환자 등 환자들을 위한 시범서비스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보다 대상을 확대해 나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치유 중심의 로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
이처럼 고양시는 힐링치유 혹은 힐링관광지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앞서 기술한 대로 방문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상품과 서비스 개발, 홍보 방안 등은 충분한 의견수렴과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수요자(관광객)보단 공급자 중심으로 관광정책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해오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앞으론 지속가능성, 디지털화, 참여경험 등 타깃 방문객들의 요구에 맞춘 힐링 콘텐츠를 육성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고양 관광진흥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연구(2019)’를 살펴보면, 고양시 방문객은 절반 이상이 30~40대이며, 50대 비율도 높은 편이다. 동반자로 ‘가족친지와 방문’한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고양시를 방문하는 상당수가 자녀들과 함께 고양시를 방문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곧 ‘MZ세대’ 자녀를 둔 방문객 비율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수의 연구에서 나타나는 MZ세대의 특성은 ‘나를 위한 개인 중심적 소비패턴’을 보이며 레저, 엔터테인먼트와 건강, 웰빙을 위한 지출이 높은 편이다. 현재 삶의 재미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소비한다. 일부는 부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Z세대로 내려갈수록 디지털 친화적이다. 영상과 이미지, 즉각적 반응을 원한다. 따라서 고양시 관광, 더 나아가 힐링관광 타깃 연령층을 MZ세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들이 고양 힐링관광에 긍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이들의 요구에 맞춘 힐링프로그램과 자원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오미크론 변이 등 지속되는 코로나19의 위협으로 인해 이동의 제약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글로벌 트렌드 2040’을 비롯한 주요 트렌드 보고서들은 향후 이 같은 위협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비가역적인 것으로,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서 다시 기존의 축제, 힐링관광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도 이벤트와 힐링관광이 이어지려면 지금부터라도 고양시의 포용적인 이벤트·관광의 성장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은진 고양시정연구원 도시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